마이너리그에 깔린 추적 장비가 유망주 평가를 바꿨다
더블A 구장 3루 쪽 관중석 위, 검은 상자 몇 개가 조명탑에 매달려 있다.
관중은 아무도 안 쳐다본다.
사실 저게 뭔지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런데 저 상자가 그날 마운드에 선 스물두 살짜리 투수의 커리어를 결정한다.
스카우트의 눈에서 카메라의 눈으로
예전 유망주 평가는 스카우트 리포트가 전부였다.
구속은 스피드건으로 재고, 나머지는 사람 눈으로 봤다.
변화구가 좋다, 팔스윙이 부드럽다, 이런 식이다.
문제는 그게 사람마다 다르게 보인다는 거다.
같은 투수를 놓고 한 팀은 1라운드감이라 하고 다른 팀은 4라운드감이라 했다.
둘 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러다 추적 장비가 들어왔다.
처음엔 레이더 방식이었고, 이후 여러 대의 카메라로 공과 몸을 동시에 잡는 방식으로 넘어갔다.
이제는 마이너리그 구장에도 이런 장비가 깔린다.
경기 하나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예전 한 시즌치 스카우트 리포트보다 많다.
덕분에 구단 프런트가 보는 화면도 완전히 달라졌다.
정리하면 이렇다
- 유망주 평가의 기준이 관찰에서 측정으로 넘어갔다.
- 구속보다 회전과 움직임, 릴리스 위치 같은 항목이 중요해졌다.
- 덕분에 저평가되던 선수가 갑자기 주목받는 일이 잦아졌다.
달라진 건 평가 항목 그 자체다
가장 크게 바뀐 건 평가 항목 자체다.
예전에는 결과가 기준이었다.
방어율, 삼진 개수, 피안타율.
마이너에서는 이 숫자가 상대 수준에 따라 심하게 흔들린다.
지금은 과정을 본다.
공이 어떻게 회전하고, 어느 지점에서 손을 떠나고, 타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잰다.
| 구분 | 과거 스카우팅 | 추적 데이터 도입 이후 |
|---|---|---|
| 주요 근거 | 스카우트의 관찰 기록 | 측정된 회전·궤적·릴리스 값 |
| 투수 평가 | 구속과 결과 지표 | 구종별 움직임과 재현성 |
| 타자 평가 | 타율과 홈런 수 | 타구 속도와 발사각 분포 |
| 변동성 | 평가자마다 편차 큼 | 구단 간 편차가 줄어듦 |
지표 정의는 메이저리그 공식 추적 데이터 용어 설명에 정리돼 있다.
마이너 선수들의 실제 측정값 사례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측정 기록 소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랭킹은 정확해졌나
여기서부터가 재밌는 부분이다.
데이터가 늘었으니 유망주 랭킹도 정확해졌어야 맞다.
그런데 체감상 그렇지도 않다.
측정값이 좋은데 야구를 못하는 선수가 꾸준히 나온다.
회전수는 상위권인데 맞아 나가고, 타구 속도는 최상위인데 삼진을 당한다.
결국 조건이 붙는다.
데이터가 유효한 건 그 값이 실제 경기 결과로 이어질 때뿐이다.
반대로 측정값이 평범한데 성적이 좋은 선수는 여전히 저평가된다.
이쪽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장비가 바뀌어도 사람의 편향은 그대로 남는다는 뜻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어차피 손해 볼 게 없다.
데이터로 뽑아서 잘되면 스카우팅 성과고, 안 되면 선수 탓이 되니까.
실제로 요즘 유망주 기사에는 측정값이 빠지지 않는다.
회전수가 몇이고 타구 속도가 얼마인지가 먼저 나오고, 성적은 그 뒤에 붙는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그 숫자가 3년 뒤 빅리그 로스터를 보장하느냐고 물으면, 아무도 대답을 안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마이너리그 전 구장에 이런 장비가 있나?
A. 상위 레벨부터 순차적으로 확대돼 왔다. 리그와 구장에 따라 설치 시점과 장비가 다르다.
Q. 측정값은 팬도 볼 수 있나?
A. 메이저리그 경기 데이터는 상당 부분 공개돼 있다. 마이너 데이터는 공개 범위가 더 제한적이다.
Q. 그럼 스카우트는 이제 필요 없나?
A. 여전히 필요하다. 성격이나 경기 운영처럼 측정되지 않는 항목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종목별 기록과 순위는 경기 기록을 모아둔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가 끝나고 조명이 꺼져도, 조명탑의 검은 상자는 그대로 매달려 있다. 다음 경기의 스물두 살짜리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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