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랭킹 1위 유망주였다가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진 이름들
드래프트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서서히 꺼지는 순간을 그린 그래픽
유망주 랭킹이라는 게 원래 미래를 맞히는 물건이 아니다. 그해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를 순서대로 세워놓은 거지, 5년 뒤를 보장하는 서류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도 매년 이맘때만 되면 다들 그 순위표를 성경처럼 읽는다. 그래서 오늘은 한때 전체 1번 픽이거나 업계 전체가 인정한 최고 유망주였다가, 메이저리그 명단에서 조용히 지워진 이름 5명을 순서대로 세워봤다. 이 다섯 명의 공통점은 하나다. 뽑힐 때는 확실했다는 것.
5. 조엘 구스만 — 다저스가 던진 국제 계약금 베팅
2001년 다저스가 도미니카 유망주 조엘 구스만에게 안긴 계약금은 당시 국제 아마추어 시장에서 손꼽히던 액수였다. 2006년에는 야구 아메리카가 선정하는 상위 유망주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힘과 스윙 스피드가 통했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변화구 앞에서는 컨택 자체가 흔들렸다.
다저스는 결국 구스만을 유틸리티로 돌려보려 했고, 그마저도 자리를 못 잡았다. 잠깐 메이저리그에 스쳐 지나간 뒤로는 마이너와 독립리그를 전전하다 일찍 방망이를 내려놨다. 구단 입장에서 보면 "힘은 진짜였는데 그게 전부였다"는 흔한 오판 사례에 가깝다.
4. 라이언 앤더슨 — "리틀 유닛"이라 불렸던 어깨
1997년 드래프트에서 시애틀 매리너스가 뽑은 좌완 라이언 앤더슨은 당시 랜디 존슨의 축소판이라는 뜻으로 "리틀 유닛"이라 불렸다. 야구 아메리카가 발표하는 전체 유망주 순위에서 3년 연속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이 시기 야구계 전체가 그를 미래의 에이스로 봤다.
하지만 앤더슨의 어깨는 그 기대를 버티지 못했다. 회전근개 부상이 반복됐고, 수술과 재활을 거듭하는 사이 구속과 제구가 함께 무너졌다. 결국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접었다. 랭킹은 몸이 얼마나 버틸지는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3. 토드 밴 포펠 — 계약금 협상이 순위를 바꾼 케이스
1990년 드래프트 당시 토드 밴 포펠은 사실상 전체 1번 픽급 재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뉴욕 양키스와의 계약 가능성을 놓고 눈치싸움이 벌어지면서 순위가 밀렸고, 결국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14번째 순번에서 그를 데려갔다. 당시 기준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의 계약금이 오간 협상이었다.
밴 포펠은 15시즌 가까이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지켰다는 점에서 완전한 실패는 아니다. 다만 선발투수로 자리 잡지 못한 채 롱릴리프와 불펜을 오갔고, 통산 평균자책점은 에이스급과는 거리가 먼 5점대 언저리에 머물렀다. "재능은 있었는데 자리를 못 찾았다"는 평가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이름이다.
2. 데이비드 클라이드 — 흥행 카드로 소비된 열여덟 살
1973년 텍사스 레인저스는 고졸 좌완 데이비드 클라이드를 전체 1번으로 뽑고, 드래프트 후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렸다. 당시 관중 동원이 급했던 구단이 갓 뽑은 유망주를 마이너리그 담금질 없이 곧장 흥행 카드로 써먹은 셈이다. 데뷔전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제대로 다듬어질 시간을 벌지 못한 클라이드는 이후 부상과 부진을 오갔고, 20대 중반에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났다. 통산 성적은 승보다 패가 많았다. 구단이 유망주의 성장 곡선보다 이번 시즌 매표소 사정을 먼저 계산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지금까지도 자주 인용되는 케이스다.
1. 브라이언 테일러 — 역대급 계약금, 단 한 경기도 없이
1991년 MLB 역대 전체 1번 픽 명단에 이름을 올린 브라이언 테일러는 당시 신인 드래프트 역사상 손꼽히는 규모의 계약금을 받고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강속구 좌완이라는 조건에 나이까지 어렸으니, 그해 순위표에서 그를 앞에 둘 이유는 차고 넘쳤다. 1991년 드래프트 기록을 보면 그해 상위권 지명자 중에서도 유독 기대가 몰렸던 픽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1993년 겨울, 가족 문제로 얽힌 술집 다툼에 끼어들었다가 왼쪽 어깨를 크게 다쳤다. 투구 동작의 핵심인 어깨 관절 자체가 망가진 셈이라, 이후 여러 차례 재활을 시도했지만 구속도 제구도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은퇴했고,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은 단 한 경기도 남기지 못했다. 역대 최고 계약금 축에 드는 유망주가 남긴 메이저리그 성적표는 백지였다.
자주 묻는 질문
이 다섯 명 다 부상 때문에 실패한 건가.
아니다. 앤더슨과 테일러는 어깨 부상이 결정적이었지만, 구스만은 컨택 문제, 클라이드는 준비 안 된 조기 콜업, 밴 포펠은 자리를 못 찾은 케이스에 가깝다. 원인은 저마다 달랐다.
이 중에 메이저리그를 아예 못 밟은 선수도 있나.
있다. 앤더슨과 테일러는 메이저리그 등판 기록이 전혀 없이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럼 유망주 랭킹은 아예 믿을 게 못 되나.
그건 아니다. 랭킹은 그 시점의 재능을 순서대로 읽는 도구일 뿐이고, 부상·구단 계산·본인 적응력까지 전부 맞힐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요즘 유망주 순위나 이적 관련 기록을 확인하고 싶으면 스포랭크 바로가기에서 종목별로 훑어볼 수 있다.
다섯 명을 나란히 놓고 보면 실패 이유가 제각각이라는 게 오히려 눈에 띈다. 부상 하나, 협상 하나, 조기 콜업 하나, 컨택 문제 하나. 유망주 랭킹이 못 맞히는 건 재능이 아니라 이런 변수들이다. 다음에 어디선가 "역대급 유망주 등장"이라는 기사를 보면, 일단 이 다섯 명부터 한 번 떠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