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뛸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 가디언스는 왜 벨라스케스를 아직 안 올렸나
더그아웃 벤치, 비어 있는 한 자리
9월 로스터 확장하고도 안 올라온 선수가 있길래, 방구석에서 혼자 답답해하다가 가상으로 프런트 역할 하나 앉혀놓고 따져봤다. 등장인물은 나(방구석 관전자)랑 구단 프런트 역할. 유망주 랭킹 사이트들은 하나같이 이 선수를 팀 내 1위로 올려놨는데, 정작 실제 로스터에서는 이름조차 안 보인다는 게 이번 대화의 출발점이다.
관전자: 클리블랜드 벨라스케스, 8월에 9경기 7홈런 쳤다며. 근데 9월 1일 로스터 확장하고도 안 올렸던데 이거 뭐임?
프런트: 성적은 알지. 트리플A OPS .823, 시즌 통산 111경기 .293/.381/.556에 28홈런. 근데 자리가 없다.
관전자: 자리가 없다는 게 무슨 뜻임? 1루수 없어서 못 넣는다는 거임?
프런트: 반대다. 자리가 넘친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데려온 네이선 로우, 여기에 데이비드 프라이, 체이스 델로터, 호세 라미레즈까지 1루·DH 돌려막고 있다. 네 명이 자리 하나 두고 로테이션 도는 거라고 보면 된다.
관전자: 그건 그렇다 쳐도, 벨라스케스 성적이면 그 넷 중 누구 하나는 밀어내야 하는 거 아님?
프런트: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로우는 데드라인에 데려온 지 얼마 안 됐고, 프라이는 포수 겸업 자원이다. 각자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관전자: 그럼 벨라스케스는 그냥 트리플A에서 계속 홈런만 치고 있어야 하는 거임?
프런트: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다고 봐야 한다. 다만 시즌 끝나고 로스터가 정리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겨울 트레이드 시장에서 로우나 프라이 쪽에 움직임이 생기면 자리는 자연스럽게 열린다. 그때까지는 트리플A에서 계속 성적을 쌓아두는 수밖에 없다.
관전자: 감독이 직접 말한 것도 있다며. "매일 뛸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프런트: 스티븐 보그트 감독이 9월 2일에 그렇게 말했다. "한번 올리면 다시 내려보내지 않을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같이 했다.
관전자: 그 말 되게 그럴듯한데, 솔직히 말해도 됨? 그거 그냥 계속 미룰 때 쓰는 만능 핑계 아니냐.
프런트: ...부정은 안 하겠다.
관전자: 팀 성적이 59승 62패였을 때 얘기잖아. 이미 탈락권 근처인데 로우 반등 기회를 왜 그렇게까지 챙겨줌? 로우는 데드라인에 데려온 자산이라 자리 지켜주는 정치적 이유 있는 거 아니냐.
프런트: 그렇게까지 말하면 할 말 없는데, 벤치에 앉혀놓는 것도 유망주 개발에는 오히려 역효과라는 논리도 있다. 매일 뛰던 애를 벤치에 앉혀놓으면 타격감부터 무너진다.
관전자: 그 논리도 이해는 하는데, 결국 벨라스케스 옵션이랑 서비스타임 시계는 계속 안 돌아가는 거잖아. 그게 진짜 이유 아니냐고.
프런트: 9월 9일 기준으로도 여전히 콜업 안 됐고, 대신 다른 내야수(대니얼 슈니먼)가 확장 로스터에 들어갔다는 거 정도만 확인해줄 수 있다.
관전자: 그니까 결국 포지션 로그잼이 진짜 이유인지, 서비스타임 관리가 진짜 이유인지 구단만 아는 거네. 이거 클리블랜드만 그런 것도 아니고.
프런트: 맞다. 보스턴도 프랭클린 아리아스 대신 아이자야 카이너팔레파를 올렸고, 미네소타도 옵션 소진이 임박한 에마누엘 로드리게스 대신 벤 로스를 먼저 올렸다. 비슷한 그림이 여러 팀에서 반복되고 있다.
관전자: 그러니까 이게 클리블랜드 하나만의 이상한 결정이 아니라 리그 전체의 관행이라는 거네.
프런트: ...다음 질문.
관전자: 그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이렇게 계속 미루다가 벨라스케스가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거나, 아예 폼이 죽어버리면 그때는 누가 책임짐?
프런트: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볼 문제다.
관전자: 그거 봐라. 결국 지금 당장은 아무도 책임 안 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거잖아.
프런트: 부정은 안 하겠다. 다만 유망주 관리라는 게 원래 그렇게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니다.
관전자: 팬 입장에서는 그냥 답답하다. 트리플A에서 7홈런 쳤다는 뉴스 보면서 정작 메이저리그 경기는 다른 선수가 뛰는 걸 봐야 하는 거니까.
프런트: 그 마음은 이해한다. 다만 구단 입장에서는 한 시즌 로스터가 아니라 앞으로 몇 년의 그림을 같이 보고 결정하는 거라, 팬들이 체감하는 속도와는 항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성급하게 올렸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완전히 무너져버린 유망주 사례도 그동안 여럿 봐왔다.
결론은 안 났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 유망주 랭킹은 성적으로 올라가는데 로스터는 다른 계산으로 올라간다는 거. 벨라스케스가 언제 콜업되는지는 계속 지켜볼 예정이다. 이런 식으로 성적 좋은 유망주가 로스터 밖에서 대기하는 케이스가 매년 9월마다 반복된다는 것도, 이 리그의 이상한 관행 중 하나로 계속 기록해둘 만하다. 올 시즌이 지나고 스토브리그가 열리면, 이 자리 다툼이 어떤 식으로 정리되는지부터 확인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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