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대신 FA 보상금 계산기 돌려보는 법
FA 등급별 보상 규정 한눈에
매년 이맘때가 되면 구단 프런트들은 계산기 두드리느라 바쁘다. FA 자격 선수 명단이 뜨는 순간부터 저쪽 머릿속엔 이미 등급, 보호선수, 보상금 숫자가 다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그냥 기사만 보고 "오 저 선수 FA 됐네" 하고 넘어가는데, 사실 그 뒤에서 진짜 재밌는 계산이 굴러가고 있다. 팬이 그 계산을 직접 손으로 따라가보면 뉴스 읽는 재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준비물은 딱 하나, 계산기 켤 정신머리다. 이 글 하나 읽는 시간, 10분이면 충분하다.
- 선수의 최근 3년 소속팀·전체 연봉 순위 (기사에 종종 언급된다)
- 등급별 보상 옵션표 (아래 2단계에서 정리)
- 스마트폰 계산기 앱, 이거면 충분하다
왜 이걸 굳이 계산해보냐면
구단이 발표하는 "A등급" "B등급" 같은 딱지, 그거 그냥 숫자놀음이다. 연봉 순위 몇 등이냐로 기계적으로 갈리는 건데, 그 숫자 하나 때문에 어떤 선수는 보상금이 거의 안 붙고 어떤 선수는 원소속팀에 선수 한 명을 더 뜯겨야 한다. 유망주 랭킹 믿지 말라는 얘기 여기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 등급표도 결국 구단이 "얼마나 아까운가"를 셈해놓은 표일 뿐이다.
1. 내가 보는 FA가 몇 등급인지부터 본다
KBO FA 등급은 A·B·C 세 단계다. A등급은 최근 3년 소속팀 연봉 순위 3위 이내이면서 전체 리그 연봉 순위 30위 이내인 선수, B등급은 팀 내 10위 이내이면서 전체 60위 이내(A등급이 아닌 경우), C등급은 그 밑이거나 35세 이상 신규 FA다.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위 등급이 붙는다는 게 포인트다. 팀 내 순위는 낮은데 전체 순위만 높다고 A등급 되는 게 아니다.
KBO가 공시한 2026년 FA 자격 선수 명단을 보면 이번엔 30명이 자격을 얻었다. 등급별로는 A등급 7명, B등급 13명, C등급 10명. 신규 자격 13명, 재자격 11명, 기존 자격 유지 6명까지 섞여 있어서 등급표 하나만 봐도 이번 스토브리그 판이 어떻게 짜일지 대충 감이 온다.
2026 FA 등급별 신청 인원 — A 7명·B 13명·C 10명
2. 원소속팀이 고르는 보상 옵션 두 개를 손으로 계산해본다
등급이 정해지면 원소속팀은 보상을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고른다. A등급은 "보상선수 1명 + 전년 연봉 200%" 아니면 "보상선수 없이 전년 연봉 300%". B등급은 "보상선수 1명 + 전년 연봉 100%" 아니면 "선수 없이 200%". C등급은 아예 보상선수가 없고 전년 연봉 150%만 받는다. 재밌는 건 "선수를 가져갈까, 돈만 받을까"를 원소속팀이 정한다는 거다. 영입팀이 아니라.
착각하기 쉬운 지점이 여기다. 보상 방식을 고르는 쪽은 새로 영입하는 팀이 아니라 선수를 놓친 원소속팀이다. 그래서 뎁스가 얇은 팀일수록 선수를 데려가고, 이미 포지션이 꽉 찬 팀은 그냥 돈으로 받는 경우가 많다.
3. 보호선수 명단에서 누가 빠지는지를 본다
보상선수를 뽑을 때 원소속팀은 A등급이면 20인, B등급이면 25인을 미리 보호선수로 묶어둔다. 영입팀은 그 밖에서 딱 한 명을 골라간다. 여기가 진짜 구단 속내가 드러나는 구간이다. 보호선수 20인 명단을 짜면서 프런트는 "얘는 절대 안 뺏겨야 한다"와 "얘는 뺏겨도 어쩔 수 없다"를 다 줄 세운다는 뜻이니까. 그 명단이 곧 그 팀의 진짜 뎁스차트다, 언론 인터뷰보다 훨씬 정직한.
보호선수 명단이 뉴스에 안 뜨는 이유도 간단하다 — 공개하는 순간 "우리 팀은 얘를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를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서다. 그래서 실제로는 영입팀이 명단을 요청해서 조용히 확인하고, 그 안에서 한 명을 고른다.
4. 리그 전체 신청자 수로 내 팀이 밖에서 몇 명 데려올 수 있는지 센다
한 시즌에 외부 FA를 몇 명까지 영입할 수 있는지도 정해져 있다. 전체 FA 신청 인원이 10명 이하면 팀당 1명, 11~20명이면 2명, 21~30명이면 3명, 31명 이상이면 4명이다. 이번 시즌은 30명이 신청했으니 팀당 최대 3명까지 외부에서 데려올 수 있는 해다. 이 숫자 하나 때문에 스토브리그 초반 며칠 만에 어느 팀이 "지갑 열 팀"인지 대충 정리된다 — 이미 자기 팀 FA를 잡느라 한 자리 썼으면 남은 카드는 두 장뿐이니까.
이 3장 한도는 자기 팀 FA를 잡는 데도 똑같이 걸린다는 게 함정이다. 우리 팀 선수를 잔류시키는 계약도 이 3장 카운트 안에 들어가니, 내부 FA 두 명 잡고 나면 외부 영입은 딱 한 자리 남는다. 그래서 스토브리그 초반에 "우리 팀 내부 FA부터 잡는다"는 발표가 나오면, 사실상 외부 시장에서 손 뗀다는 신호로 읽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5. 실제 사례에 대입해서 검산해본다
이번 명단에 오른 선수 하나로 감을 잡아보자. KIA 유격수 박찬호는 통산 1,088경기 타율 0.266, 올 시즌은 134경기에서 타율 0.287·5홈런·42타점을 찍었다. 이번 FA 명단을 다룬 기사에는 선수별 세부 등급 산정치까지는 나오지 않는데, 이게 팬 입장에선 오히려 재밌는 지점이다 — 실제 등급이 뉴스에 정식으로 뜨기 전에, 위 1~2단계 공식에 최근 3년 연봉 순위만 대입해보면 어느 쪽에 가까울지 직접 가늠해볼 수 있으니까.
계산기 두드려보면 답이 갈린다. 등급 하나 차이로 보상금이 전년봉 100%p씩 벌어지고, 보호선수도 20인이냐 25인이냐로 5명 차이가 난다. 그 5명 차이 때문에 어떤 팀은 뎁스 한 자리를 통째로 내줘야 할 수도 있다.
6. 다 계산했으면, 스토브리그 뉴스에서 확인하는 법
이제부터 FA 관련 기사가 뜨면 이 순서로 읽으면 된다. 먼저 그 선수 등급부터(A·B·C), 다음은 원소속팀이 선수형 보상을 골랐는지 현금형을 골랐는지, 마지막으로 영입팀이 그 시즌 몇 자리 남았는지. 이 세 개만 확인하면 기사 헤드라인보다 팀 프런트가 실제로 뭘 노리는지가 더 잘 보인다. 등급표는 숫자놀음이지만, 그 숫자 뒤에서 움직이는 계산은 매년 똑같이 재밌다. 관련 소식은 sportsrank.net에서도 계속 챙겨볼 수 있다.
가끔은 이 계산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보호선수 명단이 예상 밖으로 짜이거나, 원소속팀이 뻔히 손해 보는 방식을 택할 때도 있다. 그럴 땐 계산이 틀린 게 아니라, 프런트가 숫자보다 다른 이유 — 구단 이미지나 클럽하우스 분위기 — 를 더 크게 본 거다. 계산기는 예측 도구지 정답표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어차피 스토브리그 뉴스는 매년 비슷한 얘기 반복이다. 그래도 계산 한 번 직접 해보면, 다음부터 "이 팀 왜 저 선수를 저렇게 급하게 잡았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게 이 지루한 등급표를 굳이 뜯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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