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유망주 랭킹 두 곳을 직접 맞대봤다

두 랭킹 사이트를 나란히 띄워놓은 화면

MLB 유망주 랭킹 두 곳을 직접 맞대봤다

어젯밤, 9월 로스터가 26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는 소식이 뜨자마자 나는 노트북을 켜고 MLB 파이프라인이랑 팬그래프스의 더 보드(THE BOARD)를 나란히 띄워놓고 앉았다. 콜업 후보로 거론되는 유망주 이름을 하나씩 두 사이트에 대조하는, 누가 시키지도 않은 야밤의 검증 작업이었다. 왜 이런 걸 하냐면, 매년 이맘때 "톱 유망주 콜업 임박" 기사가 쏟아질 때마다 사이트마다 순위며 평가가 미묘하게 어긋나서 뭘 믿어야 할지 늘 헷갈렸기 때문이다. 방구석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제일 삐딱한 취미가 이거다 — 남이 매긴 순위를 곧이곧대로 안 믿고 직접 숫자를 까보는 것.

정규시즌이 45일도 안 남은 시점이라 이 작업엔 나름 타이밍이 있었다. 지금 콜업되면 서비스타임을 온전히 한 시즌 채우기는 늦었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다음 시즌 40인 로스터 구성과 포스트시즌 엔트리를 미리 재보는 계산이 깔린다. 그러니까 "누가 언제 올라오느냐"는 순수한 실력 순위표가 아니라, 구단의 계산이 한 겹 덧씌워진 순위표라는 게 내 오랜 의심이었고, 어제는 그 의심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름 열 개를 앞에 놓고 하나씩 걸러봤다

MLB 파이프라인이 정리한 콜업 후보 10명 리스트를 열어놓고, 내 나름대로 "진짜 실력이 차서 올라오는 쪽"과 "서비스타임 계산 끝나서 슬쩍 부르는 쪽"으로 나눠봤다. 브루어스의 헤수스 마데(Jesus Made)는 전체 유망주 순위 1위인데도 더블A에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 상대로 활약 중이라는 평가만 있을 뿐 콜업 신호는 "중간" 수준에 그쳤다. 반면 매리너스의 케이드 앤더슨(Kade Anderson)은 평균자책점 1.06에 탈삼진율 40.5%를 찍고도 아직 마이너에 있는데, 기사에 달린 전문가 평가는 "더블A에서 시간낭비"라는 직설적인 문장이었다. 순위표 상으로는 마데가 위(1위), 앤더슨이 아래(5위)인데, 콜업 임박도는 오히려 앤더슨 쪽이 훨씬 높게 나온다. 랭킹과 콜업 현실이 따로 노는 첫 번째 사례였다.

레드삭스의 프랭클린 아리아스(Franklin Arias)도 비슷했다. 유망주 순위는 3위로 마데 다음가는 최상위권인데, 20세짜리 국제 유망주가 트리플A까지 밀고 올라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라 콜업 가능성은 "높음"으로 표시돼 있었다. 순위가 높다고 무조건 콜업이 늦는 것도, 낮다고 빠른 것도 아니라는 얘긴데, 이걸 직접 표로 정리해보니 "톱 100 안에서 몇 위냐"보다 "지금 팀 사정에 그 포지션이 비어 있느냐"가 실제 콜업 타이밍을 훨씬 더 많이 설명하고 있었다. 랭킹 사이트가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랭킹은 재능의 서열이지 콜업 스케줄표가 아니라는 걸 직접 대조해보고서야 몸으로 이해했다.


숫자를 까보니 이 랭킹도 다 믿을 건 아니더라

가디언스의 랠피 벨라스케스(Ralphy Velazquez)는 순위가 32위인데, 연속 시즌 20홈런을 넘긴 파워를 갖고도 1루 쪽에 자리가 안 나서 순위 대비 콜업 신호는 오히려 높게 매겨져 있었다. 반대로 레이스의 테오 길런(Theo Gillen)은 OPS 1.000을 넘기고 20홈런-40도루에 근접했다는, "마이너 최고의 타자"라는 평가까지 붙었는데 정작 톱 100 순위는 12위였다. 순위 한 자리 숫자만 보고 "쟤가 마데보다 못하나?" 하고 넘기면 이 선수가 지금 마이너에서 뭘 하고 있는지 절반은 놓치는 셈이다.

이름Top100 순위핵심 수치콜업 가능성
헤수스 마데브루어스1위더블A 연상 상대 활약중간
케이드 앤더슨매리너스5위평균자책점 1.06 · 탈삼진율 40.5%매우 높음
프랭클린 아리아스레드삭스3위20세 · 트리플A 활약높음
테오 길런레이스12위OPS 1.000대 · 20홈런-40도루권높음
랠피 벨라스케스가디언스32위2년 연속 20홈런높음

표로 뽑아놓고 보니 더 또렷해졌다. 순위가 낮아도(32위·12위) 콜업 신호가 "높음"으로 뜨는 선수가 순위 최상위권(1위)보다 많다. 즉 이 리스트를 처음 봤을 때 내가 세웠던 가설 — "순위 높은 순서대로 곧 올라오겠지" — 은 반쯤 틀렸다. 랭킹은 재능을 재는 잣대고, 콜업은 그 팀 로스터의 빈자리와 프런트의 계산을 재는 완전히 다른 잣대라는 걸 숫자로 확인한 셈이다.


몰랐던 것 — 사이트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

이번에 직접 두 사이트를 켜놓고 비교하면서 처음 알게 된 것도 있다. 순위 사이트마다 "툴(tool)" 중심으로 매기는 곳이 있고, "현재 스탯 생산력" 중심으로 매기는 곳이 있어서, 같은 선수라도 어느 잣대를 쓰느냐에 따라 순위가 크게 출렁인다. 게이지 우드(Gage Wood)처럼 직구 구위(70등급)와 K/BB율 27.1%라는 세부 지표까지 같이 붙어 있는 선수는 그나마 판단이 쉬웠지만, 대부분은 "잠재력이 크다"는 말만 붙고 그 잠재력을 뒷받침하는 숫자는 기사 한 줄에 다 안 나온다. 그래서 순위표 한 장만 보고 유망주를 논하는 건, 성적표 등수만 보고 그 학생이 뭘 잘하는지 안다고 착각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인저스의 세바스찬 월콧(Sebastian Walcott)은 19세에 벌써 더블A에서 뛰고 있는데, 지금은 지명타자로만 나오면서 콜업 신호는 "낮음~중간"에 머물러 있었다. 나이와 수비 포지션 전환이라는, 순위 숫자에는 안 잡히는 변수가 콜업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디테일은 순위표 한 번 스캔해서는 절대 안 보이고, 직접 각 선수 이름을 클릭해 개별 페이지까지 들어가야 겨우 잡힌다. 유망주 랭킹을 믿지 않는다면서도, 결국 그 믿을 수 없는 리스트를 일일이 뜯어봐야만 진짜 그림이 나온다는 게 이 취미의 아이러니다.

Top100 순위와 실제 콜업 가능성을 나란히 정리한 표


다시 한다면 — 처음부터 세 번째 창도 켰을 거다

다시 한다면 처음부터 브레이버리 아메리카급 리스트를 하나 더 켜놓고 삼각 비교를 했을 것 같다. 두 사이트만 비교해도 순위 차이가 이 정도로 나는데, 세 번째 기준까지 넣으면 "이 선수는 세 곳 다 콜업 임박으로 본다"는 진짜 신뢰 구간이 잡힐 거라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또 하나, 이번엔 이름과 순위, 수치만 옮겨 적었는데 다음엔 각 선수의 최근 2주 성적 흐름까지 따로 메모했어야 했다. 순위는 시즌 누적치라 느리게 움직이지만, 콜업은 보통 최근 2~3주 폼이 결정타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밤샘 대조 작업으로 확실히 얻은 게 있다. "톱 100 몇 위"라는 숫자 하나로 유망주를 요약하는 습관을 이제는 못 버릴 것 같지만, 적어도 그 숫자 뒤에 팀 사정·포지션·나이·최근 폼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는 걸 몸으로 확인했다는 거다. MLB 구단들의 유망주 순위와 콜업 명단은 MLB 파이프라인 공식 페이지에서 계속 갱신되니, 이번 9월 로스터 확대 기간에 어느 이름이 실제로 빅리그에 올라오는지는 그쪽에서 직접 확인하는 게 제일 정확하다.


한 줄 정리

유망주 랭킹 두 곳을 직접 맞대보니 순위 숫자와 실제 콜업 타이밍은 다른 잣대로 움직였다. 순위가 낮아도 포지션이 비면 먼저 올라오고, 순위가 높아도 자리가 없으면 더블A에 더 머문다. 9월 로스터 확대 기간엔 순위표보다 각 팀의 빈자리를 보는 쪽이 콜업 예측에 훨씬 잘 맞았다. 랭킹을 보되 곧이곧대로 믿지는 말 것 — 이번에 직접 대조해보고 얻은 결론이다. 순위·일정 전반을 한 번에 훑고 싶으면 스포랭크에서 확인하기도 방법이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9월 콜업 명단 뜯어보기 | 워커 젠킨스·에단 살라스와 로스터 28명의 계산

헤수스 메이드, 19살에 더블A 부수는 중인데 왜 아직 마이너에 있나

마이너리그에 깔린 추적 장비가 유망주 평가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