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계산이 갈라놓은 2026 사이영상 후보 6인
2026 사이영상 레이스, 표 뒤에 있는 건 성적표가 아니라 로스터 계산이다
사이영상 순위표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다. 이 숫자, 진짜 저 투수 실력만으로 나온 거 맞아? 방어율이야 거짓말을 안 한다지만, 그 방어율 뒤에서 구단이 이닝을 어떻게 쪼개고 로스터를 어떻게 굴렸는지까지 순위표는 절대 안 알려준다. 그래서 이번엔 순서만 세지 않고, 6명의 성적표 뒤에 붙은 구단의 계산까지 같이 뜯어본다.
한눈에 보기 — 이번 순위 6인
✔ 6위 오타니 쇼헤이(다저스) — 방어율 1.47, 그런데 이닝이 문제
✔ 5위 폴 스키니스(파이리츠) — 작년 우승자, 올해는 한 계단 밀림
✔ 4위 딜런 시스(블루제이스) — 방어율 2.75, 햄스트링이 발목
✔ 3위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리스) — 50이닝 넘게 무실점
✔ 2위 제이콥 미시오로프스키(브루어스) — 방어율 1.45, NL 1위 투표
✔ 1위 캠 슐리틀러(양키스) — 1위표 싹쓸이에 가까운 표심
6. 오타니 쇼헤이, 73⅔이닝짜리 에이스의 딜레마
오타니는 방어율 1.47을 찍었다. 숫자만 보면 이번 명단에서 제일 좋은 축이다. 근데 12경기 73⅔이닝, 탈삼진 78개가 전부다. 다른 후보들이 100이닝 훌쩍 넘긴 걸 감안하면 표본이 확 다르다.
이유는 뻔하다. 다저스는 오타니를 타자로도 매일 써야 한다. 지명타자로 나가는 날이 많으니 선발 로테이션은 자연스럽게 늘어지고, 이닝은 쌓일 틈이 없다. 구단 입장에선 최고의 활용법이지만, 사이영상 표를 던지는 기자들 입장에선 "이닝이 부족하잖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투수로서 최고 효율을 낸 선수가, 투타겸업이라는 그 선택 때문에 순위표 맨 아래로 밀리는 거다. 억울하면 억울한데, 이게 사이영상이라는 상이 원래 그렇다.
5. 폴 스키니스, 챔피언 자리에서 밀려난 이유
작년 사이영상을 들고 간 스키니스는 올해 방어율 2.86, 탈삼진 107개, 88이닝 18볼넷을 기록 중이다. 나쁜 성적은 절대 아니다. 근데 "작년 대비 한 걸음 물러섰다"는 평가가 계속 따라붙는다.
파이리츠가 스키니스를 다루는 방식도 한몫한다. 리그 최고 유망주로 데뷔한 투수를 혹사 없이 오래 쓰려면 등판 간격이나 구속 관리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고, 그 관리가 성적표엔 "지난해보다 못하다"로 찍힌다. 방어율 2점대 후반이 초라한 성적이 아닌데도 밀리는 걸 보면, 이 레이스는 결국 전년도 대비 스토리 싸움이라는 게 좀 씁쓸하다.
4. 딜런 시스, 햄스트링이 갈라놓은 순위표
시스는 방어율 2.75, 탈삼진 118개로 AL 사이영상 2위 표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 중이라는 게 걸린다. 시즌 막바지에 로테이션 한 바퀴만 빠져도 표차는 확 벌어진다.
블루제이스로선 무리하게 복귀시키느니 완전히 쉬게 하고 포스트시즌에 맞추는 쪽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팀 성적을 먼저 챙기는 결정이 개인상 레이스에는 손해로 돌아오는 전형적인 그림. 시스 본인은 억울할 법도 한데, 구단 계산이 원래 선수 개인 트로피까지 챙겨주진 않는다.
3. 크리스토퍼 산체스, 50⅔이닝 무실점 행진
산체스는 방어율 1.80, 탈삼진 121개, 105이닝 동안 볼넷은 겨우 20개. 여기에 50⅔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까지 얹었다. fWAR 5.7, bWAR 7.5로 대체선수 대비 기여도도 상위권이다.
필리스가 산체스를 다루는 방식은 스키니스나 시스와는 결이 다르다. 175⅓이닝까지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리면서도 큰 부상 없이 왔다는 게 핵심이다. 구단이 무리하게 아끼지도, 무리하게 굴리지도 않은 케이스라 이닝과 안정감을 동시에 보여준 표본이 됐다. 이 정도면 순위가 3위인 게 아니라 왜 1위가 아닌지를 물어야 할 정도다.
6인의 방어율 비교 — 숫자만 보면 순위가 또 달라 보인다
2. 제이콥 미시오로프스키, 방어율 1.45의 무게
미시오로프스키는 이번 명단에서 가장 극단적인 성적표를 들고 있다. 방어율 1.45, WHIP 0.75, 151이닝 25경기. 5월 1일부터 6월 12일까지는 방어율 0.17이라는, 거의 오타 같은 숫자를 찍었던 구간도 있다.
평균 구속 100.5마일. 브루어스가 이 정도 강속구 투수를 이만큼 오래 로테이션에 박아둔다는 것 자체가 팀의 승부수다. NL 3차 투표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도 이 표본의 크기와 꾸준함 덕분이다. 다만 신인급 활용치고는 이닝 관리가 널널한 편이라, 구단이 "지금 아니면 못 쓴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뒷읽기도 가능하다.
1. 캠 슐리틀러, 표 하나가 갈린 진짜 이유
슐리틀러는 방어율 1.71, 탈삼진 대 볼넷 비율 6.06으로 AL 3차 투표에서 1위표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딱 한 표만 다른 후보에게 갔을 정도. 28경기 선발에 평균 구속 98마일까지,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
양키스 입장에서 슐리틀러는 선발진의 뼈대다. 큰 부상 없이, 로테이션 순번도 거의 안 거르고 시즌 끝까지 데려간다는 게 확정적인 그림이라 표가 몰리는 거다. 결국 이번 레이스에서 1위는 "누가 제일 잘 던졌냐"만큼 "누가 제일 안 다치고 끝까지 던졌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방구석에서 보면 좀 재미없는 결론이지만, 사이영상은 원래 그렇게 뽑힌다.
정리 — 순위표보다 로스터를 먼저 봐라
6명을 쭉 훑고 나니 방어율 낮은 순서랑 실제 표심 순서가 딱 안 맞는 게 보인다. 오타니는 방어율 1위급인데 이닝 때문에 6위, 산체스는 성적표만 보면 1위 다퉈도 될 텐데 3위에 머문다. 결국 이 레이스는 "누가 잘 던졌나"와 "구단이 그 투수를 얼마나 안 다치고 오래 굴렸나"를 같이 보는 게임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이영상 결과는 언제 발표되나?
정규시즌이 끝나고 각 리그 기자단 투표를 거쳐 11월에 발표되는 게 매년 반복되는 일정이다. 이번 6인 순위도 시즌 막판 표심이라 최종 결과 전에 또 흔들릴 여지가 있다.
Q. 다승이 많으면 사이영상에 유리한가?
예전만큼은 아니다. 요즘 투표 흐름을 보면 방어율·이닝·탈삼진 대비 볼넷 같은 지표가 다승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번 6인 중에도 다승 숫자로 밀어붙인 케이스는 없고, 죄다 이닝당 지표나 무실점 행진 같은 걸로 표를 받았다.
Q. 이 순위, 시즌 끝까지 그대로 갈까?
그럴 리가. 한 달 남은 시점의 스냅샷일 뿐이라 부상 하나, 등판 하나로도 순서가 또 뒤집힌다. 특히 4위 시스처럼 결장 중인 선수는 복귀 타이밍에 따라 순위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이번 순위는 MLB 공식 사이영상 3차 투표 기사에 나온 표심을 기준으로 다시 짰다. 방어율 같은 세부 숫자가 궁금하면 MLB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공식 순위에서 그대로 확인 가능하다.
순위표는 매달 바뀌지만, 구단이 투수를 굴리는 계산법은 잘 안 바뀐다. 다음 표가 나오면 또 누가 이닝 때문에 밀렸는지부터 확인해볼 생각이다. 관련 기록은 https://sportsrank.net 에서도 꾸준히 갱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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